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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옆에 있어

가을이다 가을이다

항상 가을은 왜 이렇게 금새 가버리냐 아쉬워했었는데

올 가을은 길어.

그래서 참 좋아.


내가 조금만 있다가 쉬어야지 하고 막 달리고 있는데

가을이 기다려줘서 정말 고마워


마음의 지도 인천을 하느라고 정말 7월부터 정신없이 지금까지 뛰어왔어.

이제 내 손에서 점점 하나씩 떠나서 디자이너들의 손안으로 들어가서

내 마음이 정말 가벼워지고 있어.


이럴 때 가을이 날 기다려 주어서 정말

긴장했던 내 작은 마음이 다 풀어지도록 고마워.

어느순간 눈을 들어보니까 이렇게 예쁜 색으로 변해있었어.

우리집에는 감도 이렇게 익어가고있고. 어느날 아침 누군가가 손에 닿는 감은 모조리 따가버려서 괘씸하기도 했지.

그것 좀 못 기다리나 싶어서. 근데 이렇게 무언가 주렁주렁 열리기 시작하면 애들이 가슴이 콩닥콩닥 뛰듯이 그렇게 다들

만져보고 싶고 따보고 싶고 그렇게 되는 것 같애.

아마 이걸 딸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고민하는 자기가 민망스러워서 얼른 따가지고 잠바속에 감추고 뛰었을껄.

내가 모를줄 알고?

모과가 이번에는 많이 열렸어. 매번 감나무에 밀려서 관심을 못받았었는데, 올해는 열심히 였구나.

정말 아름답다.

밤에도 얼마나 이쁜지 몰라. 눈을 좀 멍하게 하고서 이 거리를 걸으면 고호의 그림 속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마음의 지도 인천을 하면서 하도 노란색을 봐서 (우리 이번 중심 색이 노랑색이거든) 이 노란 은행잎과 노란색 자판기가 눈에 쏙 들어와. 지겹게 봐도 반갑네.

한때 나는 마로니에 공원에서의 로망이 있었는데. 이젠 다 남의 일처럼 생각하게 되어버렸어. 괜히 지난 가을에 이곳에서 마음의 지도를 하면서 노숙자 아저씨들과 친해지기만 했지.

아. 작년 마음의 지도를 할 때 한 어린친구가 이 놀이터를 가장 소중한 장소로 꼽아주었는데. 오늘은 평소보다 이곳이 훨씬 예쁘다.

꼭 축제를 마치고서 휘날래로 노랑색 꽃가루를 날린 것 같아.

이렇게 많은 노랑색 잎파리. 바람이 슬쩍만 불어도 이제는 다 떨어져 버린다.

이런날은 왠지 혼자 걸어도 좋아. 꼭 연인하고 걷는 것 처럼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이날은 또 습기가 적당히 있어서

더 설랬는지도 모르겠어. 아니면 하도 오랫만에 가벼운 마음으로 한가로이 길도 걷고, 그래서 그런가.

그래. 이런 날 이런 풍경을 앞에 두고 책을 읽어도 좋고, 연인과 이야기를 해도 좋고, 친구와 거닐어도 좋고, 혼자 걸어도 좋고, 그냥 마냥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지.


다시한번.

여유없는 나를 기다려준

가을에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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