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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람 개인전 『상 상 想 象 : Images of Idea』를 열며

아트스페이스·씨 대표 안혜경

우리는 아침에 눈을 떠서 잠자리에 들 때 까지 하루 종일 오감을 통해 무엇인가를 느끼고 그것과 나와의 관계를 통해 세상과 관계 맺으며 살아간다. 즉 일상에서 나와 맞닥뜨리는 세상을 탐구하고 그 안에서 여러 가지 상징이나 은유 등을 통해 나와의 연결고리들을 찾아내어 이해하고 변화를 수용하는 과정을 겪는다. 예술 교육학 교수이자 연극배우인 「에릭 부스」에 의하면 예술 행위는 “의미 있는 것을 만들고, 다른 사람이 만들어낸 것을 탐구하며, 그 과정에서 터득한 기술을 일상의 삶에 적극 활용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일상의 삶 그 자체로서 이미 예술행위들을 해나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에 의하면 예술 행위의 에너지원은 ‘열망’이며 예술가는 경험 많은 전문가로서 열망을 꾸준히 유지하며 효과적으로 쏟아내는 기술을 발달시킨 사람으로 다른 사람들에게도 직접 경험해볼 것을 자극하며 작품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방향을 인도한다고 한다.


『상 상(想 象); Images of Idea』이란 제목으로 아트스페이스․씨에서 전시하는 작가 홍보람은 busybeeworks(바쁜벌공작소)란 이름으로 부지런히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일상 속 소중한 기억들을 채집해 날라 숙성시켜 따뜻한 감동을 퍼트려내는 역할을 꾸준히 해왔다(‘마음의 지도’ 프로젝트: 참여자들에게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장소에 대한 기억을 묻고 찾아가는 지도를 받아 실제 그 장소를 찾아가 그 곳을 찾은 사람과 만나 그 장소를 소중히 여기고 있는 참여자의 마음을 전한다. ). 자신의 일상 역시 마치 어린아이들이 연필 등을 가지고 중얼 거리면서 그림을 그리듯이(일기처럼 꾸준히 기록되는 작업들)자신의 이야기에 몰입해 작품을 창작해나간다. 혹은 작은 소리로 노래를 흥얼거리면서(포츈쿠키: 자신의 밴드) 자신의 이야기에 몰입해 그림을 그려나가 듯이 자신의 삶을 꾸준히 쏟아낸다.


현재 이중섭창작스튜디오의 거주 작가로서 제주에 머물고 있는데, 마치 새롭게 다시 그림을 배워나가듯이 혹은 놀이 하듯이 제주의 자연과 만나 교감하면서 일체화되어가고 있다. ‘자연에 나와 관찰하는 것도 하나의 예술행위’라면 작가 홍보람은 부지런히 꽃가루를 모아 나르는 벌처럼 끊임없이 뭔가 찾아 나서고 그것을 내면화 하여 표현해보고자 하는 예술행위를 시도하고 있다.
작가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와 자연이 만나는 형태를 자연스럽게 연결 지어 받아들이면서 자연에 근원을 둔 인간의 인식표현을 받아들인다. 이런 측면에서 자신이 느끼고 떠올리는 생각을 어떤 형태로 느끼고 드러내면서 그 과정에서 작가는 어떤 “근원적인 인식을 추출해 낼 수 있는지” 끊임없이 실험하고 있다. 제주는 이런 작가에게 “생각에 몰입할 수 있는 텅 빈 시공간과 심리적인 안정을 주었”다고 한다. 작가에게 제주는 끊임없이 떠오르는 생각의 물길들을 갈래지을 수 있는 많은 단서들을 주는 소중한 장소인 것이다.


제주 자연과 만나 교감하고 떠오르는 수많은 생각과 자신에게 드러나는 형상들의 상징적 형태들로 이제 이 공간에서 방문객들과 만나게 되었다. “상징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도록 부추긴다.”(에릭 부스) 그래서 이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의 관심에 의해 그 순간 그 관계 혹은 의미가 재창조되고 내면적 성찰의 기회가 되면서 관람객 자신들만의 또 다른 상징을 창조하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작가는 전시기간 《함께 그리는 큰 그림》으로 관람객들과 적극적으로 만날 계획이다. 아마 이 기회를 통해 작가의 상징과 새롭게 구성된 그들의 상징이 재창조되는 기회가 되리라 믿는다. 그러면서 참여한 이들에게 창작의 에너지인 ‘열망’을 적극적으로 피워내는 경험을 나누게 될 것이고 작가 역시 이 체험을 통해 자신의 창조적 에너지를 키워내는 열망의 불길을 피워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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