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House of Memory 2005

Title: 2 people show- House of the Memory
Artists: Boram Hong, Sunwoo Park
Place: WooSeok Hall, Seoul, Korea

기억의 창고
-박선우 홍보람의 2인전-
0905_0915.2005 우석홀

 

어린 시절
우산을 모아 집을 짓고
상자를 쌓아 집을 짓고
동화책을 펼쳐 집을 짓고
이불을 접어 집을 짓고
커튼을 둥글려 집을 짓고
식탁으로 집을 짓고
장롱으로 집을 지었다.
일상의 물건들이
그때에는 군말 없이
너무나 멋진 나의 집이 되어주었다.

좁고 어둡고 허술하지만
포근하고 안전한 나만의 공간

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고
같은 그리움을 가지고 있는
두 어른이 지은 기억의 집
그것은 어떤 모습일까?

이런 저런 궁리 끝에 우리는 몇 채의 집을 기억에서처럼 만들어 볼까 하다가
단순한 집짓기가 될 기미가 보이자 커버린 머리는 다른 궁리를 해댔다.
머리 속으로 집을 지었다가 부수기를 몇 번인가 하다가
서로 다르게 변화한 두 작가의 네 개의 집.

박선우는 어린시절의 기억에 아련한 재료로 거대한 아지트를 짓고
자신의 모국인 독일에서의 기억과 만나기 위해 독일로 떠났다.
홍보람은 기억의 세세한 내용보다 기억이 갖는 습성, 느낌을 쫓아 재료와 구조의 실험에 빠졌다.

처음 계획에서 상당히 멀리 달려와 버린 지금.
서로 상반된 느낌의 두 지점에서 기억의 집을 바라본다.
허술하고 연약한 어린시절의 집처럼 쉽게 무너져버리고 사그라지는 기억.
나는 기억에 관하여 몇 가지 성질을 생각했다.
'연약한, 반투명한, 사라져버리는, 허술한, 속이 비어있는, 부유하는…….’
기억은 시간의 흐름위에 있기에 어느새 시간 속으로 다시 녹아 없어져 버린다.
기억은 현실의 그림자로 내가 보고자 하는 방향에 따라 변화한다.
기억속의 많은 것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외곽선만을 남기고 증발한다.
그래서인가 기억은 어쩔 수 없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기억은 빗방울처럴 물의 흐름 속에 녹아 없어져 버린다.
나의 기억력의 한계까지만 버텨주는 기억들.
기억은 넘치기 직전의 물과 같다.


한 가지 사건에 대한 다른 기억, 그로인해 얽히는 현실, 머리 속에 얽혀 있는 기억은 가상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기억 속으로 시간이라는 흐름에 부표를 만들어 나간다.
전시기간 동안 이 공간 안에서의 나의 기억은 점점 더 많은 매듭으로 채워진다.

본인에게 있어서 독일에서 태어나 성장한 기억이 지금의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2 개의 모국어를 가지며, 2개의 문화를 체험했으며, 유전자적 고향에 살고 있지만 실향민의 정서를 늘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어린시절의 기억들이 재조립되면서 보다 애틋한 향수감으로 자리하고 있는데 최근에 성장한 후의 체험한 독일에서의 생활은 편안하지만, 또한 한편으로는 새로 배우고 체화해야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기억의 방으로 이름 지어진 2채의 집은 어린시절의 놀이에서 출발하였다.
그것은 자기만의 아지트를 만들고 부모의 간섭을 받지 않은 비밀스러운 공간을 만드는 놀이다. 방안에 텐트를 쳐놓고 심지어 생활을 그 안에서 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여자아이들은 집안의 천소재를 이용한 집을 짓고, 남자아이들은 폐박스를 이용한 보다 건축적인 집을 짓는다.

아지트는 아늑하고, 좁고, 다소 어두우면서, 아늑한 조명이 있는, 편안히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된다.전시 관람객도 편히 쉬다 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기억의 집’들은 어른이 이용할 수 있는 크기로 지어졌기 때문에 4-5명이 충분히 머물 수 있다. 사적공간에서 출발한 장소에서 절친한 친구를 초대해서 기억을 공유하거나 기억을 떠울릴 분위기 제공을 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 집은 편안한 아지트의 분위기보다는 어두컴컴하고 낡고 허름한 분위기로 연출되었다.
집의 내부를 장식한 사진작업에서는 본인의 어린시절을 밟아간 흔적들이 기록되어있다.
본인이 기억하는 베를린의 시가지와 태어난 병원, 방문했던 유치원, 초등학교, 당시 살았던 집, 지금도 연락이 닿는 친구들의 집, 거리의 모습, 놀이터, 동물원, 공원 등이 담겨져있다.
여름에 애착을 느꼈던 본에서의 생활 또한 부분적으로 담겨져있다.
매일 아침 등교길과 식당가는 길 등이 그것이다.

.

bottom of page